글쓴이 대빵
“잡티를 없애려고 레이저를 받았는데, 딱지가 떨어진 자리가 오히려 더 거뭇해졌어요. 시술이 잘못된 걸까요? 이대로 남는 건 아닐까요?”
시술 뒤 생긴 거뭇함은 대개 염증 후 색소침착일 가능성을 먼저 생각합니다. 피부가 열이나 상처로 염증을 겪은 뒤, 그 자리에 멜라닌 색소가 늘어나는 반응입니다. 여드름·습진 같은 피부질환이나 화상 뒤에도 생기고, 레이저 같은 피부 시술 뒤에도 생길 수 있습니다[1].
결론부터 말하면, 많은 경우 시간이 지나며 옅어지지만 색소가 어느 깊이에 있느냐에 따라 걸리는 시간이 크게 다릅니다. 이 글에서는 왜 생기는지, 얼마나 가는지, 그 사이 무엇을 하고 무엇을 피해야 하는지를 차례로 정리하겠습니다.
레이저는 색소를 없애는데, 왜 오히려 거뭇해질까요?
레이저는 피부에 정해진 에너지를 전달해 색소나 조직을 겨냥합니다. 그 과정에서 피부는 작은 상처를 입고 회복하는 단계를 거칩니다. 회복 중의 염증 신호가 피부의 색소세포를 자극하면, 멜라닌을 더 많이 만들어 주변 피부세포로 넘겨 줍니다[2].
쉽게 비유하면, 공사를 마친 자리에 먼지가 잠시 더 쌓이는 것과 비슷합니다. 공사 자체가 잘못됐다는 뜻은 아니지만, 정리되는 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피부색이 짙을수록 레이저 에너지가 표피의 색소에도 흡수되기 쉬워, 이런 반응이 더 흔하고 진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1, 2].
동양인에서도 염증 후 색소침착은 레이저 시술의 흔한 부작용으로 보고됩니다. 홍콩의 한 연구에서는 같은 레이저라도 에너지와 밀도 같은 시술 설정, 냉각 여부가 위험과 관련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환자 수가 적고 과거 진료기록을 되돌아본 후향 연구여서, 특정 설정이 안전하다고 단정하는 근거는 아닙니다[3].
얼마나 가나요? 색소의 ‘깊이’가 기간을 정합니다
염증 후 색소침착은 색소가 쌓인 깊이에 따라 크게 둘로 나눠 이해합니다.
- 표피형(얕은 층): 피부 맨 바깥층에 멜라닌이 늘어난 상태입니다. 갈색에서 짙은 갈색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2, 4].
- 진피형(깊은 층): 염증으로 표피 아래쪽이 손상되면서 색소가 진피로 떨어지고, 이를 청소세포(대식세포)가 붙잡아 머무는 상태입니다. 푸르스름한 회색빛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2, 4].

겉에서 보면 이 차이는 색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얕은 층의 색소는 갈색에 가깝고, 깊은 층의 색소는 회색빛이나 푸르스름한 빛을 띨 수 있습니다[2].

피부과 학회는 주변 피부보다 몇 톤 정도 짙은 자국은 대개 6~12개월 안에 옅어지지만, 색소가 깊이 있으면 몇 년이 걸릴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이 안내는 피부색이 짙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자료이므로, 개인의 기간을 예측하는 숫자라기보다 ‘얕으면 몇 달, 깊으면 더 오래’라는 방향으로 이해하면 좋습니다[5].
학술 종설에서도 표피형은 치료하지 않으면 몇 달에서 몇 년이 걸릴 수 있고, 진피형은 매우 오래 가거나 남을 수도 있다고 설명합니다[2]. 그래서 저는 “언제 없어지나”보다 “더 짙어지지 않게 막는 것”에 먼저 집중하는 편을 권합니다. 이 시기의 관리가 기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경우에 더 잘 생기나요?
국내에서 532nm Q스위치 레이저(아주 짧은 순간 강한 빛을 내는 색소 레이저)로 흑자(햇빛 잡티)를 치료한 무작위 연구가 있습니다. 참가자를 무작위로 나눠 관리법을 비교한 연구입니다. 보습제만 바른 비교군에서는 치료한 병변의 절반가량(55.3%)에 염증 후 색소침착이 생겼습니다. 이 연구에서 위험과 관련된 요인은 시술 2주째 붉은 기가 더 강한 경우와 오후 1~5시의 야외활동이었습니다[7].
이 수치는 특정 레이저·특정 병변·28명을 대상으로 한 결과라, 모든 레이저 시술의 발생률로 옮길 수는 없습니다. 다만 붉은 기가 오래 가는 회복기와 한낮의 햇빛이 주의 신호라는 점은 실천에 옮기기 좋습니다.
그동안 집에서는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1. 햇빛 차단이 가장 기본입니다
자외선은 이미 생긴 색소를 더 짙게 만들 수 있습니다. 여러 연구를 모은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도 SPF 30 이상의 광범위 자외선차단제가 거의 모든 연구에서 권고됐습니다[4, 8].
DermNet은 SPF 50+ 광범위 차단제를 매일 바르도록 권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미 거뭇해진 자리라면 SPF 50+이면서 UVA까지 막는 제품을 권합니다[4].
피부과 학회는 광범위 차단 기능의 SPF 30 이상 제품을 두 시간마다, 땀을 흘리거나 물에 들어간 뒤 다시 바르고, 밖에서는 챙 넓은 모자를 쓰라고 안내합니다. 산화철이 들어간 색조 자외선차단제도 권합니다[5].
시술 직후라면 시점도 중요합니다. 재생테이프 글에서 설명했듯, 상처가 아직 열려 있거나 진물이 난다면 선크림을 직접 바르기보다 상처를 보호하고 그늘·모자로 햇빛을 피하세요. 새 피부가 덮인 뒤부터는 자외선차단제를 꾸준히 바르세요.
2. 자극을 줄이는 것이 곧 색소 관리입니다
염증이 색소를 만든 원인이므로, 새로운 자극으로 염증을 다시 키우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각질을 문질러 벗기거나, 따가운 제품을 참고 바르면 오히려 색소침착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바를 때 화끈거리거나 따가운 제품은 중단하는 편이 좋습니다[2, 5].
미백 성분을 여러 개 한꺼번에 덧바르는 것도 같은 이유로 조심합니다. 효과를 서두르다 피부가 붉고 따가워지면, 색소를 줄이려던 시도가 새 염증을 만들 수 있습니다.
3. ‘재생크림’에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세요
재생테이프 글에서 소개한 표피성장인자(EGF) 연고는 연구마다 결과가 엇갈렸습니다. 레이저 뒤 EGF 제품을 바른 무작위 연구 7개의 결과를 통계적으로 합친 메타분석에서도, 염증 후 색소침착이 생기는 비율은 비교군과 통계적으로 뚜렷하게 다르지 않았고 1개월째 피부 색소 수치에서만 일시적인 차이가 관찰됐습니다[9]. 회복을 돕는 보습은 필요하지만, 특정 재생 제품이 색소침착을 막아 준다고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병원에서는 어떻게 치료하나요?
병원 치료는 진료로 원인과 색소 상태를 확인한 뒤 시작합니다. 크게 보면 순서는 단순합니다[2].
먼저 남아 있는 염증을 가라앉힙니다. 염증이 계속되면 색소도 계속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다음 색소를 옅게 하는 바르는 약을 자외선 차단과 함께 씁니다. 처음에는 따갑거나 건조해질 수 있어, 의사가 피부 반응을 보며 양과 횟수를 조절합니다[8].
시술 뒤 색소침착이 생기기 쉬운 경우에는 짧은 기간 처방 연고나 크림을 쓰기도 합니다. 연구에서 색소침착이 덜 생겼지만, 언제부터 얼마나 쓸지는 의사가 정합니다[7, 10]. 집에 남은 스테로이드 연고를 스스로 바르지는 마세요. 특정 조건에서 나온 연구 결과이고, 잘못 쓰면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거뭇해진 자리에 바로 레이저를 더 받으면 될까요? 서두르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레이저가 피부를 다시 자극해 색소침착이 더 짙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레이저는 바르는 치료로 잘 옅어지지 않을 때 신중히 고려합니다[2, 4].
언제 다시 진료를 받는 게 좋을까요?
- 거뭇함이 점점 넓어지거나 짙어질 때
- 시술한 자리에 붉은 기·열감·진물·통증이 계속될 때
- 원래 치료하려던 잡티와 모양이나 범위가 달라 보일 때
- 푸르스름한 회색빛이어서 깊은 색소가 의심될 때
이런 경우에는 염증이 아직 남아 있는지, 다른 색소질환이 함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피부색이 짙을수록 남아 있는 염증이 눈에 잘 띄지 않을 수 있습니다[8].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레이저 뒤 거뭇해졌다고 해서 시술이 실패했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햇빛을 막고, 자극을 줄이고, 필요하면 처방 치료를 받으며 기다리는 시간이 색소를 옅게 하는 가장 확실한 길입니다.
Take-home messages
- 레이저 뒤 거뭇해지는 것은 염증이 색소세포를 자극해 생기는 염증 후 색소침착일 수 있습니다. 시술 실패와 같은 뜻은 아닙니다.
- 얕은 층의 색소는 대개 몇 달에서 1년 안팎에 걸쳐 옅어지지만, 깊은 층의 색소는 몇 년이 걸리거나 남을 수 있습니다.
- 모자·그늘로 한낮 햇빛을 피하고, 새 피부가 덮인 뒤부터는 광범위 자외선차단제(거뭇해진 자리는 SPF 50+ 권장)를 꾸준히 바르세요.
- 문지르기, 따가운 제품, 미백 성분 덧바르기처럼 새 염증을 만드는 관리는 피하세요.
- 처방 연고·크림과 추가 시술은 의사가 시기와 방법을 정합니다. 남은 스테로이드 연고를 임의로 바르지 마세요.
- 거뭇함이 넓어지거나 붉은 기·통증이 계속되면 다시 진료를 받으세요.
참고문헌
[1] Kaufman BP, Aman T, Alexis AF. Postinflammatory Hyperpigmentation: Epidemiology, Clinical Presentation, Pathogenesis and Treatment.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Dermatology. 2018;19(4):489–503. DOI: 10.1007/s40257-017-0333-6
[2] Davis EC, Callender VD. Postinflammatory hyperpigmentation: a review of the epidemiology, clinical features, and treatment options in skin of color. The Journal of Clinical and Aesthetic Dermatology. 2010;3(7):20–31. PMID: 20725554. PMC2921758
[3] Chan HHL, Manstein D, Yu CS, Shek S, Kono T, Wei WI. The prevalence and risk factors of post-inflammatory hyperpigmentation after fractional resurfacing in Asians. Lasers in Surgery and Medicine. 2007;39(5):381–385. DOI: 10.1002/lsm.20512
[4] Ngan V, Oakley A, DermNet. Postinflammatory hyperpigmentation. 2015년 갱신. dermnetnz.org
[5]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How to fade dark spots in darker skin tones. 2025년 3월 갱신. aad.org
[6] Wolz MJ, Sadler KE, Long CC, Brenner DS, Kim BS, Gereau RW 4th, Kolber BJ. Postinflammatory hyperpigmentation after human cold pain testing. Pain Reports. 2016;1(2):e569. DOI: 10.1097/PR9.0000000000000569 (그림 3 사진 출처, CC BY 4.0)
[7] Kang DH, Choi SM, Lee Y, Kim MS, Lew BL, Kwon SH. Postoperative risk assessment of post-inflammatory hyperpigmentation and the efficacy of delayed prevention following 532 nm Q-switched Nd:YAG laser treatment of solar lentigines: a randomized controlled study. Journal of Dermatological Treatment. 2024;35(1):2398768. DOI: 10.1080/09546634.2024.2398768
[8] Tan MG, Kim WB, Jo CE, Nabieva K, Kirshen C, Ortiz AE. Topical treatment for postinflammatory hyperpigmentation: a systematic review. Journal of Dermatological Treatment. 2022;33(5):2518–2526. DOI: 10.1080/09546634.2021.1981814
[9] Ying J, Zhang Y, Qiu Y, Xiang W. The role of epidermal growth factor-containing topical products on recovery and post-inflammatory hyperpigmentation prevention after laser surgerie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Journal of Cosmetic Dermatology. 2024;23(2):382–390. DOI: 10.1111/jocd.16007
[10] Cheyasak N, Manuskiatti W, Maneeprasopchoke P, Wanitphakdeedecha R. Topical corticosteroids minimise the risk of postinflammatory hyper-pigmentation after ablative fractional CO2 laser resurfacing in Asians. Acta Dermato-Venereologica. 2015;95(2):201–205. DOI: 10.2340/00015555-1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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